2년 전쯤에 벽시계를 하나 구입했다. 부모님 집에 같이 살 때도 벽시계는 있었고, 이 집 저집 이사를 다니면서도 벽시계는 언제나 비슷한 자리에 있었으나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시간만 잘 맞으면 되지, 디자인이며 그런게 무슨 소용이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주변에 이번에 이사하면서 10만원 넘는 벽시계를 구입했다고 하니, 금이라도 발랐냐며 굉장히 놀라워 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벽시계의 미덕은 무소음과 디자인이다. 예전에 선물로 받은 새장 모양의 벽시계는 한번도 집에 설치된 기억 없이 창고 어딘가에서 천천히 녹슬어가고 있다. 건전지를 한번 넣어 봤는데, 똑딱 거리는 소리와 함께 어디에 둬도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디자인이었다. 어디에도 까지는 아니고, 집안 전체를 대리석으로 두른 거실에서나 어울릴 법한 디자인이다.

 

개인적으로 미니멀라이프를 추종하는 편이고, 디자인 자체에 군더더기 없이 어디에든 어울리는 디자인을 선호하기 때문에 그런 벽시계를 찾으러 참 많이 돌아 다녔던 것 같다. 외국디자이너들의 잡화를 모아 놓은 백화점 코너부터 동네 마트의 시계코너, 인사동까지 5년 넘게 찾아 다녔고 드디어 1년 전쯤에 마음에 드는 무소음 벽시계를 구입할 수 있었다. 다른 블로그들을 검색해 봐도 별 내용은 없는데, 나 역시 딱히 소개할만한 내용은 없다. 방진이 되는 무소음 벽시계로서 세이코 ks474m을 추천할 수 있을 뿐이다.

 

벽지나 가구의 색이 화이트나 밝은 무채색 계열이면 어디든 잘 어울리는 민트색의 벽시계로 지름은 크지않아 생각보다 작게 느껴지지만 시간이 매우 큼직막하게 쓰여져 있고, 반사가 잘 되지 않는 무광 타입의 시침과 분침을 사용해서 거실 어디에서든 시계가 매우 잘 보인다. 또한 말그대로 진짜 무소음 시계이고, 초침이 물 흐르듯 흐르기 때문에 시계를 보는 맛도 있다. 2년 정도 사용한 결과 큰 오차는 발견하지 못했고, 배터리 역시 갈아주지 않았다. 숫자나 시침, 분침에서 야광이 되지는 않는다. 

 

 

그 이전에 있던 벽시계는 무소음이라고 구입했는데, 똑딱 거리는 소리가 너무 거슬려서 화장실에 가져다 놨다. 화장실에서는 오히려 시간이 간다는 경각심을 줘서 시계에서 똑딱거리는 소리가 나는게 생각보다 괜찮았다. 거실에 뭔가 특별한 디자인을 하기 보다는 간단히 시계 하나를 가지고 포인트를 줄 수 있어서 무척 만족하는 소비였다. 다들 알겠지만, 벽시계 하나 사두면 고장나기 전까지는 그 집에 있는둥 마는둥 크게 신경쓰지 않게 되는데, 매일 들여다 보는 시계 디자인이 마음에 든다면 얼마나 행복할 지 상상만으로 기분 좋아진다. 한번 볼거 두번 보는 덕에 시간약속을 더 잘 지키게 된건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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