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화는 왠만하면 아디다스 였다. 제품별로 사이즈가 좀 균일하게 나오기도 했고, 나이키를 의식한 나머지 괜찮은 운동화들이 종종 저렴하게 판매되었다. 예를 들어, 이큅먼트 10 같은 경우는 오래 신어도 편안하고, 굽도 오래가서 막 신기에 좋았다. 오즈위고는 앞발의 쿠션이 약하긴 했지만, 뛰어난 디자인으로 모든 옷에 아주 잘 어울렸다. 다만 러닝을 하기에는 왠지 아쉬운 신발들이었다.
러닝화를 검색해보면, 기본적으로 쿠션화와 안정화로 나뉘는데, 회사마다 쿠션감이 다르고, 안정감이 다르고 발볼의 크기가 다르며, 동일 사이즈임에도 불구하고 안감을 어떻게 덧대었는지에 따라 발 길이가 달라 착용감이 상당히 차이가 난다.
브룩스 글리세린 18로 검색할 정도면, 이미 어느 정도 러닝화에 대한 욕구? 같은 것이 있는 상태에서 왠만한 검색은 이미 했으리라 보고 바로 본론으로 넘어가려고 한다.
1. 사이즈
인터넷 구매의 가장 큰 장점은 할인이고, 단점은 정확한 사이즈를 알기 어렵다는 건데, 이상하게도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오프라인 매장에서 물건을 보고 구매하는 것이 어려워진다. 브룩스 매장이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발 매장에 들어가서 직접 신어보는 것이 왜 이렇게 어려운지 모르겠다. 타사 브랜드와 비교해보면 다음과 같다.
전부 늦은 오후 기준의 사이즈 비교이다.
아식스 젤카야노 : 285 (285는 큰데, 280은 작다. 그래서 안 신는다..)
아디다스 이큅먼트 10 : 280 (그냥 편안하게 잘 맞는다)
아디다스 오즈위고 : 280 (앞발은 아주 편안하게 맞는다. 발 중앙부터 뒤꿈치도 편안하다)
아디다스 울트라 부스트 : 285 (앞뒤 길이는 맞는데, 발 중앙부터 뒤꿈치까지가 좀 꽉끼는 느낌이 든다. 따라서 불편함)
나이키 페가수스 37 : 285 (앞뒤 길이는 맞는데, 이것도 발 중앙부터 뒤꿈치까지가 좀 꽉끼는 느낌이 든다. 힐컵이 너무 낮아 불안하다. 따라서 불편함)
이번에 구매한 브룩스 글리세린 18 : 280 (앞뒤 길이는 맞는데, 발 중앙부터 뒤꿈치까지 스포츠 양말은 답답하고, 일반 면 양말은 괜찮다.)
* 요즘에는 일반 면 양말을 신어도 답답하게 느껴진다.
다음에는 285로 신어보던지, 280 와이드로 신어보는 걸로...
2. 착화감
처음 신으면 신발이 발에 착 달라 붙는 느낌을 받는다. 이거 꽉끼는 건가 싶은데, 앞뒤 길이만 맞다면 동네 한바퀴 걸은 후에 딱 좋은 상태가 된다. 마치 딱 맞는 청바지를 사면 처음에는 좀 불편한가 싶다가도 적당히 늘어나면서 베스트 핏이 되는 것 처럼 말이다. 잘 맞는 축구화 신는 느낌이라고 할까?
3. 쿠션감
일단 글리세린은 브룩스에서 가장 쿠션이 좋은 운동화다. 따라서 나의 첫번째 쿠션화인 브룩스 글리세린 18을 기준으로 다른 브랜드의 쿠션감을 비교할 수 밖에 없겠다. 현재는 비교 대상이 없으므로 간략히 말하면, 아주 통통 튄다. 요즘 계속 눈도 오고 기온도 영하 10도 근처라 밖에서 오래 뛰지는 못했는데, 상당히 반발력이 좋다. 걸을 때도 아주 만족스럽다. 조만간 실내에서 장시간 걸을 기회가 있을테니 얼마나 편할지 확인해봐야겠다.
4. 통기성
분명히 메쉬 소재로 되어 있는데, 발 앞코쪽에 뭔가 덧대어 있어서 생각보다 찬바람이 많이 안들어온다. 오즈위고랑 큰 차이가 없을 것 같은데도, 이상하게 발이 덜 차갑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딱히 답답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이건 시간이 지나면서 신발 안쪽이 습해지면 추가로 확인할 부분이다.
5. 안정감
쿠션화라고 안정감이 없는 것이 아니다. 위에서 소개한 대로 앞코 쪽에 흐물거리지 않도록 덧대어져 있어서 단단한 느낌을 주고, 힐컵에도 뒤꿈치가 무너지지 않게 덧대어져 있으며 신발을 신으면서 양쪽이 늘어남을 방지하기 위해 양 옆으로 한번 더 쿠션을 만들어 지지해주고 있다. 진짜 엄청 신경쓴 모습이다.
6. 디자인
브룩스 러닝화치고는 상당히 마음에 든다. 주로 검정색 운동화를 신는데, 이건 주황색, 회색, 흰색, 검정의 조합이 너무 이뻐서 오랜만에 외도를 해봤다. 특히 신발을 신고 서서 내가 운동화를 위에서 바라보는 디자인이 너무 마음에 든다. 아래 사진이 실물과 거의 유사하게 나왔다.
7. 걸리는 느낌
이게 뭐냐면 신발을 새로사면 발에 익숙해지기 전까지 여기저기 마감이 덜 된 튀어나는 부분들하고, 신발혀 끝부분이 발목을 계속 건드리면서 불편한 느낌을 주는데, 글리세린 18은 전혀 그런 것이 없다. 특히 신발 혀가 길지도 않고, 그렇다고 신을 때 마다 말려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쿠션감도 상당히 좋아서 정말 만족스럽다.
8. 발바닥이 신발 안에서 미끄러지는 느낌
이게 뭐냐면 젤카야노를 신어봤을때, 분명히 발 위쪽은 단단히 잡아주는 느낌인데, 양말 신은 발바닥이 신발 안에서 앞뒤로 미끄러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걷거나 달릴때 좀 불안하다고 해야하나? 불필요한 힘을 주는 느낌이 있었다면, 글리세린 18은 전혀 그런 느낌이 없었다.
9. 비 묻은 대리석 위에서
새 신발이어서 그런지 아직까지는 괜찮은 것 같다. 오즈위고 같은 경우에는 비오는 날 회사 로비의 대리석 위에서 신기에는 미끄러워서 불편하다. 발 바닥을 보아하니, 나중에도 미끄러지지 않고 잘 신을 수 있을 것 같다.
추가로 러닝화 살때 확인해야 할 것이 있을까? 이 정도면 충분히 다룬 것 같다. 너무 칭찬 일색이긴 한데, 몇 달 달려보면 또 다른 평가가 있을 수도 있다. 허리, 무릎, 발목 어느 한곳 불편함 없이 잘 신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거 신고 시간 단축이니 그런것 보다는 부상 없이 재밌게 달릴 수 있었으면 한다. 어서 날이 좀 풀렸으면 좋겠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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